|
|
|
|
 |
|
huck / 2000-08-14 / 오전 11:13:15 / 211.47.57.158
조회수 : 163
|
| [자작] 터널 |
마리아와 나는 마치 각각 다른 통로에, 터널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따로 떨어져 있었다.
이 두 터널은 평행을 이루고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은 비슷한 시간에
떠돌아 다니는 비슷한 영혼들처럼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서로 만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상대방의 그러한 동작은 서로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천상 터널 끝일 수 밖에 없었다.
이 터널 끝을 말하자면 그 앞에는 내가 색칠해서
꾸민 장면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 장면은 내가 그녀에게만 바치는 그 어떤 신호를 나타내고 있었다.
즉 내가 이쪽에 있으며, 두 터널은 끝내 합쳐졌으며
그리고 이미 해후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몰래 알리는 일종의 비밀 표시였다.
만날 시간이 되었다니!
그러나 정말로 두 통로는 합쳐졌으며
그리고 우리의 두 영혼은 서로 상통하였는가?
아, 내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망상이여!
정말이지 착각이래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로구나!
그렇다.
두 터널은 여전히 평행선을 이루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지금은 유리벽으로 변하였다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나는 마리아의 모습을 비록 만질 수는 없지만
그러나 얼마든지 바라볼 수는 있게 된 것이다.
그 조용한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이 유리벽마저 노상 유리벽의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 Ernesto Sa'bato, el tu'nel, 장선영 역, 지행단, 1986, p.230 -
*, 우리의 '삶'은 터널 속에 놓여 있다.
각각의 무수히 많은 터널이 각기의 세계를 형성하고
그것이 모인 것이 이 세계이다.
개인에 따라 그 터널이 좀 더 투명해져서
다른 터널을 엿볼 능력을 부여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터널 혹은 타인의 터널을 부술 능력은 없다.
그것은 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의 의사 소통의 불행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우리의 전체 세계는 조화될 수 없고,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볼 수 없다.
아무리 접근하더라도.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