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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이 / 2000-01-25 / 오전 9:15:52 / 203.255.3.191
조회수 :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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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퍼온글] 사랑하는 그녀가 죽었습니다. |
사다드(나우누리 ID : 이인미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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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하아아아아아품~! 흐아암... 졸립다..."
A.M 10시 40분..사람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시간..
저는 그때 일어납니다. 늦게 자도 10시 40분에 일어나고 일찍 자도 10시 40분에
일어납니다. 뭐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늦게 일어나냐구요?
프리랜서에요.. 글쓰는 글쟁이죠.. 그렇다고 책을 한권 낸것도 아니고
문학계에 등단한것도 아니고 지금 여러분이 하고 계신 통신에서 글이나
끄적거리고 있는....그런 사람입니다.
헌데..사람들은 그런 저를 백수라 부르더군요....
아직도 잠에 취해 떠지지도 않는 눈을 하고 더벅머릴 긁적이며 커튼을 열어 보면
쨍! 하고 깨질것 같은 햇살.. 그리고 따뜻한 햇볕 내음...
그것들이 잠에 취해 허부적~! 거리는 제 정신을 한번에 확~! 건져냅니다.
우우~! 오늘도 하루가 시작 되는군요..
오늘은 무얼하지?? 세수를 하려고 쪼그려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아~! 그냥.. 여행이라도 가볼까?? 돈이 있어야지..그래.. 돈...
돈이 있어야되.. 그래야.. 뭘하던지 하지.. 오락실이라도 돈이 있어야 가고
만화방 갈래도 돈이 있어야 가고.. 여자를 꼬실래도.. 돈..돈.돈.돈.....
돈 벼락이나 맞아봤으면.....
세수를 하고 나와 이옷 저옷을 주섬주섬 뒤져보지만.. 3천 4백원뿐...
이걸로 뭘하지??
< 2 >
버스를 타고 '한적한' 공원을 갔습니다. 그 공원이름이 '한적한'인데..
이름처럼 정말 한적한 공원입니다.
공원 끝쪽, 공원놀이터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아이들의 지저귀는 소리만이
한적함의 고요에 조금조금 금을 낼뿐이지.. 정말 한적한 '한적한' 공원입니다.
으음.. 시간을 잊어보려고 이곳 저곳을 걸어다녀 봅니다.
빨간 보도 블럭을 따라 걷기도 하고 잔듸와 보도의 경계선을 외나무 타듯 비틀비틀
걸어보기도 하고.. 무작정 공원을 빙글 빙글.. 그냥도 걸어봅니다.
그래도 한적한 공원의 한적한 시간은.. 가지 않습니다..
< 3 >
"우어~!.. 우어~!... 으악.. 미끌어졌다... "
잔듸와 보도의 경계선을 외나무 타듯 비틀 비틀 걷다가 정말 외나무에서 떨어진것
처럼 바닥을 뒹굴렀습니다. 일어나기가 싫어 그냥 누워버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 대자로 누워 앞을 보니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 이었습니다.
살면서 하늘을 본 기억은 몇번없더군요.. 여러분도 지금 밖에 나가 하늘을 보세요.
낮의 파란 하늘이 아니더라도 별이 총총 박힌 밤의 하늘이라도 보세요..
우린 하늘을 본 기억이 몇번 없지 않습니까?
고개를 돌려 벤취를 보니 한 소녀가 앉아있었습니다.
짙은 검은색의 생머리를 길게 내리고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입고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공원 길 한복판에 대자로 누워있어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그녀를
가까이가서 훔쳐 보기로 했습니다.
일부러 가까이 가서 쳐다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어차피 땅바닥에 누워 있어서
이상한 놈으로 찍혔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가 화를 낼지도 모르니
그녀 모르게 그녀를 훔쳐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 앞을 슬쩍 지나가며 손수건을 그녀 앞에 떨어뜨렸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손수건이 우릴..이어줄지도 모릅니다.^0^(뻘쭘~!)
< 4 >
전 그녀가..
"이봐요.. 손수건 떨어뜨렸어요....이봐요...~!"
하고 손수건을 주워서 저를 불러 줄줄 알았는데
손수건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우쒸~! 눈이 높은 소녀인가 봅니다.
"아앗.. 내가.. 손수건을 떨어뜨렸지.. 호홋.. 오.. 저기 떨어져 있넹~!^^;;"
뒤돌아 서서 스스로 흘려버린 손수건을 주으러 갔습니다. 한심하죠~!?
허리를 구부려 손수건을 짚는척 하면서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정리 되지 않았지만 짙은 눈썹..
검고 깊은 동그란눈..
그 동그란 눈을 따라 그려진 동그란 쌍거플..
윤기가 흐르는 입술..
하얀 피부...
바람에 흩날리는 긴 생머리..
우오오~! 이뿌다아~!
전 그녀에게 반해 버린것 같습니다. 긁적..
< 5 >
다음날.. 저는 다시 그 한적한 공원에 갔습니다.
이번엔 머리도 곱게 빗어 힘도 주고 향수도 뿌리고..
캐쥬얼한 정장도 입고 안신던 구두도 한번 신어보고..
장미 17송이를 사서....그 공원을 갔습니다.
왜 이렇게 멋을 내는줄은 여러분이 더 잘 아시죠??
어제 그 공원..어제 그 벤취에.. 어제 그 소녀는.. 어제와 같은 차림으로
어제처럼 나와있었습니다.
그녀 앞을 모른척 지나가며 장미를 떨어뜨렸습니다.
역쉬.. 모른척하더군요.. 우이쒸~!
"하하~! 꽃을 떨어뜨렸네~! 하하~! 이런 실수를.. "
어색한 말투로 어색하게 뒤돌아 서서 어색하게 걸어서 어색하게 장미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앉은 벤취 그녀 반대편 가장자리에 슬쩍 앉았습니다.
머라고 말을 걸어 보지?? 흐음...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핫!.. 그녀가 인사를 받아주었어요.. 용기가 생겼습니다.
"음.. 여기는 맨날 나오시나 부죠??"
"맨날은 아니고.. 가끔....."
"저...저기요.. 이거.. 이거...바..바..받으실래요???"
더듬거리며 그녀 무릎위에 장미를 올려 놓았습니다.
"왜..제가.. 이걸?? 선물하실거 아닌가요?? 어떻게..??"
"아..아니요.. 그냥..산거에요..그..그냥.."
거짓말을 해버렸습니다. 그녀를 주려고 산건데...
"고마워요...부담스럽지만.... 장미 향이 참 곱네요.."
머쓱..머쓱.. 긁적..긁적....^-_-^ (멍멍~!)..아이 조아라~!
< 6 >
멀리서 한아이가 뒤뚱뒤뚱 우리 쪽으로 뛰어왔습니다.
예닐곱살 되어보이는 그 아이는 그녀 앞에 멈춰섰습니다.
우리쪽을 향해 뛰어온게 맞았습니다...호..혹시.. 아이의 엄마????
"헉헉.. 이모.. 이모.. 이 아찌가 헉헉...왜 이모한테 꽃 줬어??"
이모?? 다행입니다.. -_-;;(휴우~!)
"몰라... 그냥.. 준거야..."
"아찌..아찌.. 울 이모 좋아해??"
허겨격.. 모라고.. 답해야 할지....
"정식아.. 그러는거..아니야.. 아찌한테.. 반말하면 어떻게해??"
"어...미안..이모.... 아찌... 울이모는 나 맨날 노이터에 데다 준다요~!"
"자... 정식아.. 이젠 집에 갈까??"
"응.. 아찌.. 빠빠... 나.. 낼도 올거니까... 아찌도.. 울이모 보고 시픔..
낼도 꼭와라요~!... 아찌.. 빠빠..."
"아냐.. 정식아.. 저 아찌는 낼 안올거야.."
그 말을 하면서 그녀 눈에서 뭔가가 떨어졌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일어선 그녀는 벤취뒤에 눕펴 놓았던 지팡이를 짚고
더듬 더듬 길을 더듬어나아갔습니다.
한쪽손은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쪽은 아이손을 잡고..
아이의 다른 한쪽손은 장미를 들고.......
그녀는.......
장님....이.었.습.니.다.
손수건과 장미꽃을 떨어뜨려도 쳐다보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녀눈에서 떨어진 뭔가는 이 일을 예측한 그녀의 눈물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습니다.
"이봐요~! 내일 꼭 저도 나올테니까~! 그쪽도 꼭 나와야 해요....
전 아직 그쪽 이름도 모른단 말예요~! 꼭 나와요~! 꼭요~!"
"이모이모~! 저 아찌가.. 이모 나오래.. 이모 들었어?? 이모오~!"
".............."
< 7 >
그녀의 이름은 수진이랍니다. 나이는 18세이구요...
이젠.. 그녀를 위해 일찍일어납니다. 남과 같이 일찍은 아니더라도 10시 40분
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에 일어납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준비할게 한두개
가 아니거든요.. 그녀가 앞을 보지 못한데도.. 멋은 한껏 냅니다. 그녀에 대한
예의로요.. 그리구.. 향수를 훨씬 더 좋은것으로 구입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후각이 예민하다고들 하잖아요.. 그리구 계란을 먹고 목을
보스처럼 굵고 멋있게 풀었습니다. 청각에도 예민하다잖아요~! 호홋~!^^;;
우리는 다른 연인들 처럼 어딜 놀러 갈수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더군요.. 화장실까지도...
그래서 우리는 늘 공원에 앉아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루가 그렇게 빨리 갈수가 없습니다.
< 8 >
"눈이 안보이면 불편 하지 않아??"
"불편은 해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느낄수가 있어서 상관없어요.."
"그래..멋있는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느낄수 있다.....그럼 나도 느껴?"
"그럼요....느낄수 있어요.."
"그럼.. 내가 좋아하는것도 느껴??"
".....................네..네...(수줍)"
"곰아워~! (수줍)"
".................."
"정식이는 매일 델고 나오는거야??"
"아뇨..정식이가 절 델고 나오는거죠... 앞을 못봐서..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데 정식이가 있어서.. 공원 근방은 자주 나와요.."
"음.....그럼.. 내가.. 정식이 대신 할수 없을까??? 내가 널 매일 데려오고
데려다 주고 할게............"
"..으...으음..... 모르겠어요..."
"뭐얏~! 그 대답은.. 80%는 긍정이지.. 낼 부텀은 내가 집앞으로 갈께..음홧홧"
"......................"
"하핫..짜쉭.. 쑤쓰러 하기는.... 오옷.. 노을이다......"
"노을...... 어떤 색이에요?
"주황색...."
"........................"
아앗.. 그녀는 장님입니다. 어떤이유에서 장님이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주황색의 의미를 알수 없습니다. 어떻게 생긴 색이 주황색인지 그녀는
알 수 가 없습니다.
"아아.. 미얀 미얀~! 잠깐... 기다려..암데도 가면 안되.."
공원근처 과일가게에 가서 오렌지 한개를 샀습니다.
"아~! 해봐.. 이것 먹어봐......어때???"
"우~! -_-;; 시고.. 상큼하고.. 달콤도하고.. 우우..그만 먹을래요.."
"이게.. 노을색이야... 주황색....알것같아??"
"글쎄요...... 짐짓..."
"그래..그럼..된거야~! 히힛.."
< 9 >
정식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그녀의 집앞에서 우린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정식이가 늘 그랬던것처럼 그녀를 공원으로 데려왔습니다.
"밤이다.. 춥지???"
사실 여름 밤이라 춥지도 않았지만 그녀를 꼬옥 안아주고 싶어 견딜수 없어서
춥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한몸처럼 공원으로
걸어 왔습니다....
"밤은.. 어떤색이에요??"
"글쎄.."
쉽게 얘기할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밤의 색..
검은색만 볼수 있었기에 밤은 검은색이라고 쉽게 얘기할수 없었습니다.
그녀에게 검은색의 연장이란 끔찍할거 같다는 생각때문에.. 말할수 없었습니다.
슈퍼에서 얼음을 얻어와 그녀 볼에 댔습니다.
"아..차거~!"
"이거..먹어봐.. 얼음야..뭘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얼음의 느낌이랑
비슷해.. 어둡지는 않아.. 짙은 군청색.. 느껴져??"
"모르겠어요.. 하지만.. 짐짓...느낄수는 있을거 같아요.."
"미안해.. 이렇게 밖에 얘길 못해주겠다.."
"괜찮아요..^^.. 그래도.. 이런거 가르쳐주는 사람은 당신뿐에요..고마워요~!"
"그래...나두~! 곰아워~!"
"사랑은... 어떤 색일까요??
"그건.... 말이지...."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살포시 포겠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키스를 했습니다.
그녀와 나는 '한적한'공원 가로등 밑 그 벤취에서 첫키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의 색을 어떤색보다 정확하게 알아버렸습니다.
< 10 >
그녀를 사귄지 7개월여.. 그해 겨울....
나는 이제 기상 시간이 7시로 바뀌었습니다. 그녀가 정식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는 시간이 10시이기 때문에 전 7시에 일어나야 제대로 그녀와 시간을 맞출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남과같이 시작하는 하루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군요..이 사실은 그녀를 알게 된때부터 저도 모르게 알게된 사실입니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더불어 만난지 200일 되는 날이죠..
꽃을 한다발 사서 오늘은 공원이 아닌 다른 곳을 꼭 놀러가 볼랩니다. 호홋...^^
오늘은 특별한 그녀의 생일날 이니까~! 무엇을 해줘야 그녀가 기뻐할까요?
오늘도 그녀의 집앞으로 그녀를 마중나갑니다.
"수진아~! 요기~! 요기~!"
그녀를 보자 마자 너무 기쁜 맘에 횡단보도 앞에서 꽃을 위로 들고 휘휘 돌리며
그녀를 크게 불렀습니다.
아차...이...이런....
실수였습니다.
끼이이이이이익~!
그녀는 제가 불러 당연히 파란불일줄 알고 빨간불일때 건너다가
봉고에 치어버렸습니다. 정식이가 건너지 말라고 그녀의 손을 잡을 틈도 없이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나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들고 있던 꽃을 떨어뜨려버렸습니다.
난 그저.. 기뻐서.. 좋아서 불렀을 뿐인데....
그녀는.. 그렇게.....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내 앞에서.. 그리고.. 정식이 앞에서...
제가.. 그녀를 죽여버린 것입니다.
그해 겨울 그녀의 생일날.. 저는 그녀를 죽였습니다.
만난지 200일째 되는날 저는 그녀를 죽였습니다.
첨부터 만나지..말것을......
처음부터..
처음..
...........................................
-li 이인미치 하시면 새로운글 몇개~! 옛날글 몇개가 있습니다.
추천이 저조하네요~! 추천좀 해주세요~!-
-http://my.netian.com/~penink21 은 제 홈페이지 입니다. 고쳤어요~!
이곳으로 오시면 제 개인적인 일기장 비슷한것을 들춰 보실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한번 들르셔서 방명록에 방문 소감이라도 써주고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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