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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영이 / 2000-07-04 / 오후 11:39:19 / 203.255.3.190 조회수 : 287
[사랑] [퍼온글] 천년전에 우리는...
이 세상에 기적을 믿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 기적을 믿지 않는 이에게.... ◑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신은 그에게 세상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와.. 맑은 웃음과.. 따듯한 마음씨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소년의 마음속에 어느 한부분을 가져가셨는데.. 그것은 바로 "그리움" 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소년은 그리움이란 감정을 느낄 줄을 몰랐습니다.. 소년의 그러한 장애를 맨 처음 눈치챈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은 날.. 소년은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소년은 예전의 맑은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 여보~ 이건 분명히 이상한일이란 말이에요.. "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난 석이가 크게 낙심하지 않는것 같아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 " 하지만.. 하지만 석이를 보세요.. 자기가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강아지가 죽었는데도.. 조금도 가슴아파하지 않잖아요.. " " 허허..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다오.. 석이도 실은 가슴이 많이 아프지만 부모인 우리가 걱정할까봐서 저렇게 상냥 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분명해요.. " 소년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년 후, 소년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을때도.. 석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장래식에서도 맑고 아름다운 얼굴로 참석했습니다.. " 엄마~ 아빠는 돌아가신거에요? " " 흑흑.. 그렇단다.. 석아.. 이제 다시는 아빠를 볼 수가 없어.. " " 네에.. " 그 뿐이었습니다.. 석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점차 석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는 그렇다 치더라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여전히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는 석이가 너무나 야속하고 걱정스러웠습니다.. 어머니는 어느날 석이를 데리고 늘 다니는 교회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무릅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석이의 마음을 돌려주세요.. 석이의 마음을..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는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얹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온화한 표정의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은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 어젯밤 꿈속에 주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얼굴의 소년과 그의 어머니가 교회에서 기도를 드리면 이렇게 전하라.. 네 자식이 지금 느끼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느끼게 되리니.. 그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그의 곁를 떠나게 되면.. 그는 마음을 되찾게되고 떠나간 사람은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 " 어머님은 두눈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말했습니다.. " 신부님.. 세상에 우리 석이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야한다니.. 그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러면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석이는 마음을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인가요? 신부님 알려주세요.. 석이가 온전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보잘것 없는 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 그러나 신부님은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조용히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소년은 청년이 되었고, 소년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석이는 정말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했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했습니다.. 그 여인은 정말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석이와 처음 만난날.. 그 여인은 그 석이의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도,. 사는 곳도,, 또 그의 마음의 장애까지도.. 어느날 석이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 당신은 정말 신비로와.. 어떻게 말해주지 않은것도 모두 알고 있지? " " .... 당신은 모르지만.. 난 오래전에도 당신을 만난적이 있어요.. " " 그래? 언제? " " 오래전에 당신이 살던 집근처 개울에서 구슬을 빠뜨려 울고있을 때.. 내가 그 구슬을 꺼내준일이 있죠.. 그리고 당신이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에도.. 당신 아버지가 돌아셨을 때에도 난 당신을 멀리서 지켜보았답니다.. " " 그래? 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 " 그래요? 난 당신이 다른건 몰라도 그쯤은 기억할 줄 알았는데.. " " 그래? 그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일도 있다는 말인가? " " 네에.. 당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한 천년쯤 전에도 난 당신에 대한 모든 걸.. 기억하고 있지요.. " " 훗~ 그렇군.. 하지만 기억하지 못해도 좋아.. 당신은 지금 내 곁에 있고.. 난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걸... " 어느날이었습니다.. 회사에 돌아온 석이는 커다란 국화꽃 한송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와서 석이는 아무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내가 고개를 돌려서 석이와 눈이 마주치자 석이는 천연덕스럽게 말했습니다.. " 왠 꽃이야? 딴 남자라도 생긴거야? " " 훗.. 딴 남자라니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 " .. 그럼 이 꽃은 어디서 난거야? " " 이 꽃이요? 이건 당신이 준거잖아요.. " " 내가? 내가 언제? " " 당신도 언젠간 알게 될꺼에요.. 이 꽃은 분명히 당신이 준거에요.. " 석이는 아무말 없이 아내를 안아주었습니다.. 석이와 그의 아내는 그 후로도.. 계속 행복했습니다..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기까지.. 장례식날.. 석이는 무표정하게 죽은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석이의 친구들은 그가 얼마나 그의 아내를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석이는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 기분이 이상해.. " " 그럴테지.. 그토록 사랑한 아내가 죽었으니.. 너무 슬퍼하지는 마.. " " 슬프다니.. 이게 슬프다는 감정인가? " "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누구나 그가 그립고, 슬픈거지.. " " 난 이해가 되지 않아.. 왜 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지? 그냥 좀 멍해진 느낌이야.. " " ........... " 석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슬프다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랑한 아내가 곁에 없다는 생각때문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석이는 오랫동안 술에 찌들어 살았습니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그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매일매일을 술로 시간을 보내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시골에서 그의 어머님이 올라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술에 취해있는 아들에게 무언가를 귓속말로 소근거리셨습니다.. 석이는 갑자기 벌떡일어났습니다.. 무언가를 깨닳은 듯.. 그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습니다.. 석이는 먼저 찬물에 샤워를 하고, 옷을 차려입고.. 회사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예전처럼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의아했지만.. 석이를 모두 환영해 주었습니다.. 석이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무슨일이냐고 물으면 조용히 미소지을 뿐이었습니다.. 석이는 매일매일 충실하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매년 아내의 기일이 돌아오면 그녀의 무덤앞에서 밤을 지새우곤했습니다.. 또 다시 시간은 흘러흘러.. 석이는 이제 머리도 히끗히끗해지고.. 귀도 잘 안들리고 눈도 흐릿해졌습니다.. 그도 이제 나이를 먹은것입니다.. 석이는 예전과 변한것이 없었습니다.. 아내의 40번째 기일날 석이는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무덤가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석이는 그녀의 무덤에 등을 대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별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석이의 머리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문득 예전에 차에 치여 죽었던 자신의 강아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이 납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납니다.. 석이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힙니다.. 어디선가 하얀 손이 다가와 석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눈가를 훔칩니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보니.. 석이의 옆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 " 그녀는 대답이 없습니다.. " 당신.. 조금 일찍오지 그랬어..? " 그녀는 이번엔 대답대신 예쁘게 미소짓습니다.. " 당신이 죽고 내가 술에찌들어 있을때.. 어머님이 말씀하셨지.. 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바로 그리움이라는 거란다... 네가 진실로 네 아내를 그리워 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네게로 돌아올꺼야.. " " ..... " " 그래.. 그제서야 생각이 났어.. 당신을 예전에 어디서 보았었는지.. 당신... 내가 개울에 구슬을 빠뜨려 울고 있을때 당신이 꺼내주었었지.. 그리고.. 중학교 졸업식때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도.. 당신은 멀리서 날 지켜보고 있었지... 하지만 난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그때마다 날 바라보던 당신은 내 나이또래의 당신이 아니라.. 지금처럼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 그대로였다는 걸... " " ........ " " 당신.. 시간을 넘어다닐 수 있는거야? 당신이 천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난 나만의 천사인 줄 알았지..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 천사인 줄은 몰랐어.. " 그래, 맞아.. 당신이 언젠가 말했었지? 내가 당신에게 꽃을 주었다고.. 난 그때까지 당신에게 꽃을 준적이 없었어.. 그렇다면 당신에게 꽃을 준 건.. 분명히 미래의 어느 순간의 나겠지.. 그걸 깨닳은 순간.. 난 분명히 알 수 있었어.. 언젠가 한번은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걸... " 석이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석이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당신도 천년전에는 하늘나라의 천사였어요.. 그러다가 작은 실수를 해서 이 땅에 감정없이 태어났죠.. 당신을 사랑한 저는 당신을 따라와 당신의 아내가 되었지만.. 천사가 인간으로 태어나면 그리 오래살지 못해요.. 나도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면 곧 죽게 되겠죠.. 하지만 참 다행이에요.. 이렇게 다시 마음을 찾게 된 당신을 보게 되어서.. " " ........ " " 시간이 되었네요.. 저는 이제 돌아가야 해요.. " " .. 잠깐.. 잠깐만.. 당신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는거야? " " 그건 당신하기 나름이에요.. 당신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지에 달렸죠.. " " 이제 전 돌아가요. 안녕~ " " 잠깐.. 여보.. 이걸 가져가야지.. " 석이는 무덤가에 놓인 국화꽃을 한개 집어서 그녀에게 건내주었습니다.. " 여보.. 잘가.. 이제 뭔지 알았어.. 그리움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정말 그리움이라는 건.. 가슴이 아픈 것이군.. " 그녀는 조금씩 흐릿해지더니 곧 완전히 보이지 않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석이는 얼핏본것 같습니다.. 사라져 가는 아내의 얼굴에 밝게 비친 미소를.. 석이는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 여보..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기적을 믿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 전하겠어.. 그러면 이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와 질꺼야.. 그렇지? " 세상에 기적을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 당신과 당신곁에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는 천년전에 천사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 말씀하세요.. 만약 당신이 없다면.. 난 당신이 정말 슬프고 그리울거라고.. 내가 설사 그런 감정이 없는 인간이라 해도.. 어쩔수 없이 그리워질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