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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영이 / 2001-08-24 / 오후 4:35:21 / 203.255.3.190 조회수 : 257
[사랑] [퍼온글] 이젠 널 지켜 줄꺼야........
나의 오래된 여자친구...C양 2년전 비가 많이 쏟아지던 어느날... 집에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우산이 없어서 어느 건물 1층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때마침 난 파라솔 우산을 들고 있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우산을 한번 받쳐주었었는데 거기에 고마웠는지 자주 연락이 왔고 그것을 계기로 만나기 시작하였다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은 평범한 그녀... 단지, 마음하나만은 착해서 내가 하자는 데로 잘 따라와주던 그녀였다 처음엔 '어라! 얘좀봐라...심심한데 애인 생길 때 까지만 만날까?' 요런 얍삽한 생각으로 몇번 만났고 별 재밌지도 않은 얘기에도 그녀는 굉장히 즐거워했다 반응은 대단했다 내가 하나를 주면 열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그 재미에 그녀를 자주 만나곤 했는데..... 우리사인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애매한 관계속에 심심하면 만나는 사이였는데 벌써 만난지가 1000일이 가까워 오고있었다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난 오히려 내 말을 잘 듣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점점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을 즈음이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만나기를 피했고 내가 힘들거나 필요할 때 만 가끔 만나고 설령 만난다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고 짜증도 자주 부렸다 하지만 헤어지기도 뭐 한 상황이였다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 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헤어지자고 하면 내가 얼마나 나쁜놈이 되겠는가? 난 그녀가 마음 아파 할거라는 것보단 내가 나쁜놈이 된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던 것이었다 창피해서 내 친구들에게도 C양을 소개해 주지 않았고 나도 그녀 친구들을 만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내 친구들은, 나에게 '애인 비슷한 여자'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있을 뿐이었다 몇 번이고 소개시켜 달라고 졸랐었지만 애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곤 했다 솔직히 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줄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소개시켜주긴 싫었다 이렇게 그저그런 여자애를 사귄다는 걸 친구들이 알면 날 뭘로 생각하겠는가? 그냥 몰래몰래 만나다가 스스로 지치면 알아서 포기하겠지...하며 호시탐탐 헤어질 기회만을 노리면서 겨우겨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거리엔 이쁜애들이 이렇게도 많은데 왜 쟤는 꾸미지도 않고 늘 그저그런 모습일까.... 이참에 그냥 외모를 핑계삼아 헤어지자고 할까?' 도 생각해보았지만 '안되지 쟤라도 없으면 난 어떻게.... 요즘 여자친구 하나 없으면 얼마나 무능력한 인간으로 보이는가?' 이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이에 얼마전부터 난 다른 여자(J양)도 만나고 있었다 아직 애인이라는 확신이 안들어서 머뭇거리는 상황이였는데 얼마 안있으면 100일이 되는 날이라 그날을 기회로 고백할 생각이었다 '정식으로 애인이 되어달라고...' 그렇게 되면 C양에게는, 애인이 생겨서 어쩔 수 없다며 깔끔하게 헤어질 생각도 하고있었다 그런데 100일 되면 뭔가 그럴싸한 선물(커플링)을 사야겠건만 용돈이 약간 부족한 관계로 반지 살돈이 조금 부족했다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다가 C양이 생각났다 C양 이라면 언제나 내말을 잘들으니까 충분히 돈을 빌려주리라 생각했다 C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10만원만 빌려주라 C양 : 어디다 쓸건데? 나 : 그건 알 필요없고 빌려줄거야 말거야! C양 : 지금은 가진돈이 없어서...... 나 : 안돼? 그럼 관둬!...넌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냐? C양 : 아,아니 좀만 기다려...내일 모레까지는 해줄게 나 : 진짜? 진짜지? 그럼 내일모레 내가 연락할테니까 가지고 나와라.....딸깍 C양에겐 미안했지만 할 수 없었다 내가 뭐 때문에 돈을 빌리는지도 모르는 그녀가 바보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자, 이젠 돈도 준비됐고 어떻게 J양에게 프로포즈를 할까? 하며 잡지책도 뒤져보고 경험많은 선배한테 찾아가 묻기도 하는 등 온갖난리를 피우며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사이 C양을 잠깐 만나 돈을 받았고 그 이후로 한 일주일간 연락이 없었다 매일같이 전화하는 C양이 일주일째 연락이 없었지만 그건 문제되지 않았다 J양에게 프로포즈 할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한데 C양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겠는가? 드디어 J양과의 100일날. 멋진날을 기념하기 위해 평소 가지도 않는 H호텔의 근사한 카페를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약속시간 보다 먼저 도착한 나는 며칠전부터 준비한 그녀에게 고백할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었다 '실수하지 말아야돼...최대한 멋있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나도 J양은 오질 않았다 분명히 어제 약속을 했었는데 연락조차 없이 오지 않는다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2시간이 지나가도 그녀는 연락조차 없다가 2시간 반만에 그녀는 나타났다 J양 : 내가 좀 늦었지? 나 : 응....... 2시간 반이나 늦었음에도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다 J양 : 근데 무슨일이야? 갑자기 이런데서 나 : 그냥 분위기 한번 내보려고..... 그녀는 우리가 만난지 100일째라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다 J양 : 미안한데 오늘 나 약속있어서 금방 가봐야되거든 나 : 급한일이야? J양 : 응..약간...친구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해서 가봐야돼 나 : 뭐, 뭐라구? 소개팅!!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오늘이 무슨날인지 몰라!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J양 : 니가 나한테 뭐라도 되니? 우끼고 있어 정말. 나 : ............... 그렇게 그녀는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랬구나...그랬어...이런 제길...' 그녀에 대한 원망보단 어리석은 내 자신이 싫었다 만난지 100일을 기념한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였던것이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나 : 여보세요? ? : 저, 저기.... ***되시죠? 나 : 그런데요? 누구시죠? ? : 전 C양 친군데요....그거 알고계세요? 나 : 뭘요? ? : C양 아버님 5일전에 돌아가셨거든요. 나 : 예? 뭐,뭐라구요? ? : 지금 아무도 만나질 않고 집에 있으니까 한 번 찾아가보세요...(딸깍) 난 미친 듯이 까페를 뛰쳐나갔다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자 그녀가 나왔다 안 본사이 한 10kg은 빠진 것 같다 얼마나 울었는지 더 이상 눈물도 안나오는 것 같았다 첨으로 그녀의 집에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꼬마아이가 있었다 그녀 막내동생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했다 난 그동안 전혀 몰랐다 그녀의 집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지병이 계셔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에서 돈을 벌어야했으며 밑으로는 학교 다니는 동생이 3명이나 있었다 어머님도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시면서 살림에 보태고 있었지만 어머님 역시 몸이 안좋아 약값이 더 드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아버님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를 책임졌었고 게다가 나한테까지 신경쓰느라 자신은 돌볼 틈도 없었던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꾸미지도 않는 그녀를 언제나 무시했으며 변변히 선물하나 사주지도 못했고 어디 근사한 곳에 가서 음식한번 제대로 사준 적이 없었다 기념일은 아예 알지도 못했고 언제나 차가운 말투로 일관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힘들어 할 때 그 마음 헤아리지도 못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으로 대했고 싫은 소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근래 일주일간 그녀는 아버님의 생사를 지켜보며 피눈물 흘리고 있을 동안 나는 J양과의 100일 기념을 생각하며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으니........ 그동안 그녀에게 한짓이 부끄러움을 넘어서 죽고만 싶었다 난 그녀의 얼굴을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손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C양 : 자, 닦어 어느새 그녀는 내 뒤에 와 있었고 손수건을 내밀었다 난 손수건 마져도 받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뿌리치고 말았다 그리고 오히려 그녀에게 화를 내버렸다 나 : 왜 그동안 얘기 안했어?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도 되는거야? C양 : 나,난.....너에게 부담주기 싫었어...... 나 :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일이....... 더 이상 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C양 : 그렇게 쳐다보지마...이젠 아무렇지도않아....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거잖아..... 단지 더 이상 이세상에서 아버지를 볼수 없다는게 슬프긴 하지만 말이야....... 나 :................ 애써 미소를 보였지만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C양 : 그 동안 몸은 좀 힘들었지만...그래도 마음만은 행복했어..... 적어도 너를 만나는 동안은...... 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날 용서해줘.....이젠 내가 널 지켜줄 차례야.... 너만 괜찮다면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이 비가 나의 모든 잘못을 씻어내려줬으면 좋겠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껍데기가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