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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이 / 2001-12-13 / 오후 10:46:29 / 203.255.3.190
조회수 :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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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퍼온글] 우린 단지 같은 길을 걸었을 뿐이다. |
언제부터인지 나는 그녀가 부담이 되었다.
마냥 좋기만 하던 그녀는 서서히 나에게 헌신적이 되어갔다.
자신의 일마저도 잊고 나를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는 그녀가
처음에는 좋았지만 점차로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나역시도 어찌해야 좋을지 알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아직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할 시간들이많이
필요했고 그녀가 내게 하듯 그녀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치기는
나로서는 무리였다. 이런 마음때문인지 그녀와 나는 점점 다투는
날들이 많아졌고...........
급기야 .......
나는...........
행복하기만 했던 그녀와의 만남을 후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너와 나는 너무 달라.넌 날 이해하지 못해"
이따위 흔해빠진 핑계로 그녀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였다.
울먹이며 매달리는 그녀를 못본척 버려두고는 며칠이 지나도
견딜수 없는 나도모를 괴로움에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아주 많이....................
시계를 보니 이미 차는 끊겨있었고 주머니 역시 이미 바닥이었다.
"그냥 걸어갈래"
돈을 쥐어주며 택시를 잡아 주려는 친구에게 단지 걷고싶다고 말하고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를 뒤로하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인적없는 도로변 거리는 늘어진 가로등과 지나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뿐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
얼마쯤 가다보니 앞쪽에 왠 고양이 한 마리가 걷고 있다.
처음엔 이런 늦은 시간에 나돌아 다니는 고양이니 들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에 걸고 있는 고급스런 금빛 목걸이를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같았다.
조금 걸음을 빨리해서 그 고양이를 지나쳐 가니 고양이는 멈칫 하고 그자리에서
서 있는다.
비쩍 마른 몸에 사람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아 며칠간 아무것도 못먹은 것같아서
가여운 마음에 내가 가진 먹을것을 모두 내어주니 한참을 쳐다보다 허겁지겁 먹는다.
그 와중에도 내가 다가서면 먹는 것을 중단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경계한다.
고양이가 먹이를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난 돌아서서 내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뒤를 돌아보니 일정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 고양이가 자꾸
쫓아온다.
아깐 그렇게 경계하더니 먹을것을 받고는 경계심이 누그러 졌는지 계속해서
날 따라온다.
그 모습에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으나 ...........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저 고양이가 혹시 나를 끝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닐까'
'아파트에선 동물을 기르기가 쉽지 않은데....'
'동물은 손이 많이가는데...'
'혹시 날 따라와서 집에 안들여보내주면 주변에서 항상 서성이는거 아냐?'
'저 고양이에게 어떤 알지 못한 병이 있는건 아닐까?'
급기야....
그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준 내 작은 호의 마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걷다가 교차로에 다다을 때쯤
갑작스레 고양이가 말을 걸었다.
"이봐."
난 갑작스런 고양이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냥 서있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말을 이었다.
"난 이제 이쪽 길로 가야돼. 내가 가야 할 길은 이쪽이거든.
너와 나는 단지 서로다른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가다가 잠시 동안만 같은 길을 걸었을뿐이야.
네가 내게 베푼 호의는 고맙지만 그로 인해서 내가 너에게
어떤 보답을 할 필요는 없겠지. 너 역시도 그런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닐테니까. 그럼 잘 가길 바래. 나역시도 내가 갈 길을
갈테니까"
이런 말을 하고서는 그 고양이는 교차로를 건너서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그곳에 멈춰 서서 발을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아무도 없는 길에 서서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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